서울고법 형사10부는 지난31일 <통일혁명당재건위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 진두현·박석주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체포와 가혹행위를 겪은 뒤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지 49년 만이다.
197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 중 하나인 <통혁당재건위사건>은 일반인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 보안사(현 국군방첩사령부)가 1974년 재일동포 진씨와 국내방위산업체직원 박씨 등을 일본거점간첩단으로 몰아간 사건이다. 이들은 조선의 지령을 받고 통일혁명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진씨와 박씨는 각각 사형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진씨는 16년 옥살이를 하다 특별사면돼 1990년 출소했고, 박씨는 복역 중인 1984년에 숨졌다. 진씨는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2017년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7월에야 재심개시가 결정됐다. 검찰은 재심에서 불법구금과 수사 중 가혹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법정진술을 토대로 유죄를 주장했다. 당시 재심결심공판에선 법정에서 했던 자백진술의 임의성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진씨에게 징역 20년, 박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하며 유죄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법정진술 역시 자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자백진술은 보안사에 의해 불법 체포·구금돼서 가혹행위를 당한 경우로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그런 진술은) 보안사수사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 재판에서도 계속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들을 대리한 최정규변호사는 불법수사이후 법정진술에서의 임의성은 다른 과거사사건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며 검찰은 반인권적인 주장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민간인 15명, 군인신분 2명 등이 기소됐다.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도 검찰이 직권재심청구를 통해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뒤 기자회견에서 진씨부인 박씨는 검찰에 상고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