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서 사상 처음으로 군부대원이 군청을 점거하고, 윗선에 의해 일반군인이 유서를 쓰는 일이 발생하면서 계엄연장을 위한 국지전준비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12월4일 새벽0시10분, 군사경찰이 양구군청 CCTV관제센터와 군경합동상황실을 점거했다.
윤석열대통령이 전날 22시23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한지 1시간20여분 만의 일이다.
계엄선포 20여분이 지난 22시50분쯤 육군 21사단은 양구군청에 전화를 걸어 CCTV관제센터와 군경합동상황실을 점거하겠다고 통보했다.
21사단 군사경찰대대 관계자 및 교훈참모 등 6명은 다음날 4일 새벽0시10분쯤 군청에 출입해 CCTV관제센터와 군경합동상황실을 점거했다.
이후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결의안이 가결되자 군경합동상황실을 점거하고 있던 21사단 교훈참모 등 4명은 새벽1시48분쯤 군청에서 철수했고, CCTV관제센터에 있던 군사경찰대대 관계자 2명도 2번에 걸쳐 군청에서 철수했다.
군부대원이 군청을 점거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군청관계자는 군인들이 CCTV관제센터와 합동상황실을 점거하긴 했으나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으로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군부대관계자는 군청을 점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추후 3군단이 보내온 답변에는 어제(3일) 경계태세2급발령에 따라 통합방위법에 의거, 행정관서에 군경합동상황실을 설치하기 위한 사전현장확인차 방문한 것, 비상계엄선포에 따른 행정관서점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접경지역 인제에서도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3일 계엄령선포가 발표되자 군부대는 인제군청에 군경합동상황실을 구성하려고 준비했으나 군부대원을 직접 군청에 파견해 점거하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제에 주둔하고 있는 3군단예하부대는 비상대기에 돌입했다가 계엄령해제후 대기태세를 해제했다.
지역주민들은 불안감에 밤잠을 설쳤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접경지역인 인제 서화면에서는 비상대기를 알리는 사이렌과 급히 복귀하는 군인들의 모습들을 쉽게 볼수 있었다.
박광주설악금강서화마을이사장은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부대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퇴근했던 군인들이 급히 복귀하는 모습이 나타나 지역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박찬수서화2리이장도 부대가 바로 마을앞에 있다 보니 방송하는 게 다 들리고 저녁에 차가 많이 돌아다녀 걱정하는 것도 있었다고 되짚었다.
한편 비상계엄선포이후 강원도 접경지에서 복무하는 군인이 한밤중에 군장하고 유서를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영민주당의원은 5일 국회국방위원회전체회의에서 12월4일 0시40분쯤 비상계엄이 유지중이던 그때 강원도접경지에서 군복무중인 아들을 둔 부모가 카카오톡메시지를 받았다, 여기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새벽에 군장하고 유서 쓰고 총 챙겨서 시내진지 구축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허의원은 이러한 제보내용을 한번더 반복해 읽으며 김선호국방차관에게 이러한 상황을 체크 못 했냐고 물었고, 김차관은 확인하겠다고만 답변했다.
제보자의 아들은 비상계엄사건에 투입된 계엄군(특전사 707특수임무단, 제1·3공수특전여단, 수방사 군사경찰특임대)이 아니라 일반 군인으로, 윗선의 지시를 받고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윤대통령의 계엄연장을 위한 국지전준비 의혹을 제기했다.
4일 김민석민주당의원은 <2차계엄> 가능성을 제기하며 <북한>과 긴장을 고조시켜 국지전을 유발할수도 있고, 이를 빌미로 계엄을 선포할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