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들 〈윤석열 파면까지 글의 싸움 들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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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들 〈윤석열 파면까지 글의 싸움 들어갈 것〉

한국작가회의(작가회의)는 윤석열퇴진예술행동과 공동으로 25일 낮1시 광화문시민농성장에서 전국문학인 2487명이 연명한 긴급시국선언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작가회의는 이 자리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심리적 내전상황, 경제위기로 민생이 휘청거리고 대외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위상이 하락하는 등의 상황을 조목조목 짚으며 <헌법재판소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헌재가 윤석열에 대해 즉시 파면선고를 내릴 것을 촉구했다.

한국작가회의는 1974년 유신독재와 맞서 싸운 자유실천문인협의회로 시작해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활동하다 2007년에 한국작가회의로 명칭을 변경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미승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더불어 K문화는 세계를 선도해가고 있는데, 정치는 바닥을 기고 있다>며 <평온한 일상에서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던 국민들은 그날 이후 밤잠을 설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일상을 잃어버렸다>고 성토했다.

서울작가회의 나희덕시인은 <비상계엄선포를 온국민이 지켜봤고 내란의 증거가 넘쳐나는데, 헌재와 검찰은 왜 이토록 시간을 끌어 탄핵의 겨울을 지속시키고 있느냐>며 <한사람 한사람이 역사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서 있는 이 광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박근혜정권 당시 쓴 시 <늑대들>을 낭송했다. 이후 성명을 낭독했다.

다음은 성명과 <늑대들>시 전문이다.

한국작가회의 성명
지금은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송경동 시인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15일째다. 시인은 작가회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지 이틀 만에 조직을 정비할 새도 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밤바람 매서운 광장 한편에 작가회의 천막이 꾸려졌고, 국가비상사태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지의 회원들이 날마다 방문하고 있다. 핼쑥함을 넘어서서 갈수록 검어지는 사무총장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타들어 가는 회원들은 하나둘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목소리로 외친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최소한 제도적인 틀 안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윤석열의 계엄령은 우리의 믿음을 한순간에 산산조각냈다. 윤석열은 계엄령을 통해 극우 유튜버의 어법과 목소리로 국민을 향해 ‘수거’하겠다느니 ‘처단’하겠다느니 겁박하였다. 독재정권과의 투쟁으로 쌓아 올린 역사 위에 선 한국작가회의는 계엄이 공포되자마자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여 계엄의 무효를 선언했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윤석열은 더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입장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었으나 온갖 궤변과 거짓, 왜곡으로 시종하는 윤석열은 자신이 맞닥뜨려야 할 심판을 지연·회피하고 있다. 졸렬한 행태가 반복될수록 윤석열은 그저 비루한 내란 수괴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더욱 확고해졌다.

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우리는 소위 엘리트 세력에 의해 정치시스템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훼손될 수 있는지 그 최대치를 목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후안무치한 이름의 정당으로 결집한 그들은 극구 유튜버의 ‘부정선거’라는 거짓 선동을 근거 삼아 내란 동조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하여 파괴와 폭력을 자행한 세력의 옹호자로 나섰으며, 극우 집회 발언자로 등장하여 2차 3차 내란을 유도하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갔다. 계엄의 정당성 마련을 위하여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마저 유도한 윤석열의 도박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해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관심과 계산은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향해 있을 뿐이다. 저들은 지금도 헌재 앞 거리를 장악하여 거짓과 폭력을 선동하는 자들과 함께 헌법적 심판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0일이 지났다. 헌재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재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폭동은 ‘국민저항권’이란 표현으로 미화·옹호되면서 세력을 넓혀 왔고, 심리적 내전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현실화 될 조짐을 보인다.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경제 위기도 심각하여 자영업자가 줄폐업하는 등 민생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대외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스웨덴 국제연구기관이 내란 이후 한국을 ‘권위주의 진영이 이끄는 독재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분류했다거나, 올해 1월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니 대한민국 안팎의 위기 및 위상 하락을 극복하기 위하여 헌재의 조속한 탄핵 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 더 이상의 탄핵 선고 지연은 헌법 가치의 실현을 중지시키는 행위이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농간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업무 과실이다. 윤석열은 무장한 군인을 동원하였고, 김건희는 윤석열이 체포되자 경호관들에게 “총을 안 쏘고 뭐 했느냐?”며 질책하였다. 이에 뒤이어 저들이 어떠한 막말과 무모한 행위를 자행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헌재의 판결이 늦어져서 한국의 혼란이 지금보다 가중된다면, 우리는 지연된 정의는 결코 정의가 될 수 없음을 헌재를 사례로 들어 역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할 것이다. 나아가 이 혼란의 대가를 반드시 청구할 것이다. 이제 헌재는 마비된 국정을 회생시키고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복원할 단초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은 신속한 탄핵이다. 우리 민중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헌재가 제시해야만 한다.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이는 한국작가회의의 요구이며,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원천인 우리의 명령이다.

2025년 3월 25일
한국작가회의

늑대들
나희덕

늑대들이 왔다

피냄새를 맡고
눈 위에 꽂힌 얼음칼*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얼음을 핥을수록 진동하는 피비린내
눈 위에 흩어지는 핏방울들

늑대의 혀는 맹렬하게 칼날을 핥는다
자신의 피인 줄도 모르고
감각을 잃은 혀는 더 맹목적으로 칼날을 핥는다
치명적인 죽음에 이를 때까지

먹는 것은 먹히는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저녁이 왔고
피에 굶주린 늑대들은 제 피를 바쳐 허기를 채웠다

늑대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
* 에스키모의 늑대 사냥법으로, 날카로운 칼에 동물 피를 발라 얼려서 세워둔다.

2025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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