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 신설되는 개정안의 내용은 <경찰관이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위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직무수행이 불가피하고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때에는 그 정상을 참작하여 피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8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권력남용 및 인권침해를 우려해 계류됐으며 1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발생한 <정인이사건>때부터 불거져 나왔다. 3월 서영교민주당의원은 경찰관이 아동보호를 위해 즉시 분리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면책조항을 신설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찰청장 김창룡 역시 초동대응미흡 및 부실수사과정이 발생할 때마다 법과 제도를 탓하며 법개정의 추진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정인이사건>때는 물론 9월에는 <송파전자발찌훼손·살인사건>을 두고 거론했고 이후에도 <인천층간소음흉기난동사건>, <송파신변보호대상가족살해사건> 등에도 반복해 주장했다.
문제의 핵심은 법안개정이 아니다. 20일 인권위원회는 <정인이사건>을 두고 지난해 10월 정인이가 사망하기전 5월·6월·9월 3차례의 아동학대의심신고가 들어왔음에도 경찰이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즉 법개정과 상관없이 현행법을 옳게 집행하지 않아 생긴 문제인 것이다. 3일 경찰의 부실대응과 초동수사미흡을 비판한 국민청원에 경찰청장 스스로도 밝혔듯이 일련의 사건들은 <경찰의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문제>로 경찰의 뼛속깊은 반민중성에 기인한다. 경찰이 진정 민중경찰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인적청산을 전제로 한 경찰개혁과 민중중심의 교육·훈련이 진행돼야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은 공권력남용과 인권침해를 넘어 <공룡경찰>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검·경개혁으로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거머쥔 경찰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으며 <공룡경찰>로 변질되고 있다.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공안사건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민족자주와 민중민주를 향한 민중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경찰은 여전히 강력한 법집행을 운운하며 파쇼적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경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민중탄압에 혈안이 될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민중을 기만하는 법개정놀음이 아닌 경찰악폐를 철저히 청산해야만 진정한 경찰개혁, 제대로된 민중보호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