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길에서 요리용 칼을 들고 있던 외국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4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인권네트워크)는 광주 동구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리용 칼을 들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가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게 과도한 진압을 당했다. 이는 모든 외국인이 우범자라는 차별적 인식이 경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규탄했다.
단체는 기자회견 뒤 해당경찰들의 징계와 직무교육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한 어린이집인근에서 <외국인남성이 칼을 들고 주변을 서성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이 외국인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잉진압논란을 불렀다.
인권네트워크가 공개한 40초 분량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경찰관 B는 오른손에 요리용 칼을 든 채 왼손으로 전화하며 걷고 있는 베트남 국적 외국인노동자 A의 오른손을 경찰봉으로 내리쳐 칼을 떨어뜨렸다.
이후 경찰관은 A에게 경찰봉과 발로 때렸고 A씨는 주저앉았다. 다른 경찰관 C씨가 A의 등 뒤에서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쐈고, A는 괴로워하며 도로에 누웠다. 이어 경찰관 B는 A의 가슴과 등을 발로 밟았다.
A는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조성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후 체류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로 인계돼 6일 출국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A는 <여자친구 등과 오리고기를 요리해 먹으려고 주변에 사는 지인에게 칼을 빌려 집에 가져다 놓고 내 집에서 사용하던 요리용 칼을 지인에게 가져다 주던 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네트워크는 경찰이 A의 칼을 땅에 떨어뜨리는 과정은 합리적이라고 인정했으나 나머지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저항하지 않는 A에게 테이저건과 경찰봉을 사용한 행위는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이 A에게 베트남언어로 흉기를 버리라고 지시하는 등의 의사소통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네트워크의 법률지원을 맡은 김춘호변호사는 <아무런 저항이 없고 도망칠 생각도 없는 A를 경찰봉으로 때리고 테이저건으로 쏜 행위는 과도한 물리력 행사다. 경찰은 피해자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