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겨레가 확보한 70쪽짜리 노상원전정보사령관의 수첩내용 중 일부는 비상계엄 당시 실제 시행됐다.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좌파>를 척결하는 방안, 계엄을 지휘할 합동참모본부지휘소를 경기도 과천에 구성해 검찰·경찰·국방부조사본부인원을 파견받는 계획, <야권인사500여명수집> 등 내용이 담긴 <노상원수첩>은 2024총선전부터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 비상계엄 당시 실현됐거나 시도됐던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만큼 실제작성자가 노상원이 맞는지, 누구의 지시로 작성했는지, 군내부나 대통령실 등에 공유됐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첩에는 국회가 있는 여의도봉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실제 지난 비상계엄의 핵심목표는 국회였고 봉쇄시도도 이뤄졌다. 헌법에는 비상계엄때에도 국회의 권능은 제약할수 없게 돼있다. 이번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수첩에는 여의도봉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고, 실제 비상계엄때도 국회에 군병력이 투입됐다. 윤석열의 공소장에는 무장군인1605명, 경찰관약3790명을 동원해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당사, 여론조사꽃 등을 점거, 출입통제와 체포, 구금, 압수수색 등의 방법을 시도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비상계엄때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의 국회출동도 수첩에 나오는 대목이다. 수첩에는 <경계병은 수방사인력활용(일부 여의도 정도)>라고 적혀있는데, 수방사는 실제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통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수첩속 <수거팀구성> 대목에 등장하는 수거대상명부작성, 행사부대지정, 사복근무, 경찰활용방안 등은 실제 시행되거나 시도됐다.
수거대상명부는 실제 작성돼 김용현전국방부장관이 여인형전방첩사령관에게 건넸다. 이를 홍장원전국가정보원1차장, 조지호경찰청장 등 복수의 인물이 전달받았다.
행사부대지정도 이뤄졌다. 계엄때 별도의 임무가 없어 동원돼서는 안되는 정보사령부는 중앙선관위장악역할을 맡았다. 국회에는 육군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투입됐다.
또한 비상계엄때 국회와 선관위 등에는 사복차림으로 첩보·정보 수집 등을 하는 군부대인 <편의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활용도 이뤄졌다.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은 당시 조지호경찰청장과 김봉식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안전가옥으로 불러 계엄 관련 지시를 내렸다.
윤석열이 직접 건넨 1장짜리 A4용지에는 장악대상기관10곳이 적혀 있었으며 비상계엄선포뒤 조지호에게 6차례 직접 전화해 국회의원체포를 지시했다. 또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령부는 경찰측에 정치인 등 주요인사체포조지원과 합동수사본부구성에 필요한 수사관100명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수첩에는 계엄을 지휘할 합동참모본부지휘소를 경기도 과천에 구성하는 방안도 적시돼있다. 이 대목에는 <박씨는 지휘소구성>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는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육군참모총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의 다른 부분에도 박안수의 역할은 <계룡대: 수집 장소, 전투조직 지원>이라고 쓰여있다. 수첩에는 김용현에게서 주요인사체포명령을 받았던 여인형의 역할은 <행사인원 지정, 수거명부 작성>으로 돼있다. 이중 수거명부는 최소 14명이상이 작성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첩엔 <시민 불편 없게 한다>는 내용이 적혔는데 이 또한 윤석열측입장과 유사해보인다. 윤석열은 지난11일 헌법재판소탄핵재판에서 <국민들에게 군인들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망발했다. 실제 김용현이 작성한 포고령초안에서 윤석열이 <야간통행금지>를 삭제했다는 것이 김용현과 윤석열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수첩이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를 거쳐 작성됐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수사가 필요하다. 최근 국가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노상원수첩을 보내 필적감정을 의뢰했으나 감정불능 판정을 내렸다. 노상원은 검찰에서도 수첩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
수첩이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첩의 작성자가 진짜 노상원이 맞는지, 수첩속 내용이 언제, 어떤 이유로 작성됐는지 등이 확인돼야 한다. 검찰은 노상원수첩과 계엄과의 연관성 등을 계속 수사해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