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개혁안이 발표된지 100여일, 그러나 <개혁>은 없다. 지난 9월 <권력기관 개혁은 돌이킬 수 없을만큼 진척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던 문재인대통령은 국회에 권력기관 개혁법안의 입법을 촉구했지만 국민당의 반발은 여전하다. 취임 100일이 지난 경찰청장 김창룡은 임기동안 <경찰개혁과제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한 것에 비해 <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이라는 큰 벽을 넘는데서 한계가 뚜렷하다. 수사권에 대한 검경의 갈등만큼이나 자치경찰제에 대한 경찰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에서 <국민>과 <개혁>은 사라지고 그대로 <권력기관>만 남는 모양새다.
권력기관 개혁의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것에 있다. 문정권이 검찰의 수사권과 정보원(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는 이유는 검찰과 정보원의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죄를 지은 검사는 0.1%만이 기소되고 국민은 40%가 기소된다>는 통계는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과 함께 검찰권력 조정의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영민대통령비서실장은 4일 국회운영위국정감사에서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국회 계류중인 권력기관 개혁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법안에 대한 여야의 대립만큼이나 법안 자체에 대한 시민사회의 염려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타이밍>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원·검찰·경찰개혁이 그 목적에 충실하게 추진되는 것이다.
경찰개혁의 핵심은 경찰악폐의 청산에 있다. 경찰악폐는 그대로 두면서 검찰수사권과 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이양돼 <공룡경찰>을 만드는 지금의 경찰조직개편은 경찰력남용에 대한 우려만 높일뿐이다. 5일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김영배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찰법전부개정법률안>은 경찰에 대한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경찰개혁의 방향으로 경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비대해진 경찰권한의 분산·축소, 정보경찰 폐지를 제시했다. 정보경찰, 소위 <공안경찰>은 1980년대까지 파쇼정권의 정치적 도구였으며 87년 민주화이후에도 부서의 이름을 바꾸거나 일부 과를 없애는 정도에 그쳤을뿐 개혁이 이뤄진 적이 없다. 보안경찰 또한 보안법을 칼날로 인권침해를 일삼아온 악폐중의 악폐다.
악폐청산의 의지가 없는 김창룡부터 해임해야 한다. 김창룡은 취임전부터 정보경찰의 존속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정보통>으로 꼽힌다. 경찰개혁의 임무가 김창룡에게 주어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친일·친미경찰을 뿌리로 하는 경찰은 오늘 친일·친미극우무리와 유착관계를 드러내며 민중민주세력을 탄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정보원이 대공수사원을 잃게 됐다고 걱정하는 극우무리들에게는 안심할만한 일이겠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은 낡은 것의 청산 없이는 불가하다. 낡은 것을 유지하려는 악폐세력과 악폐제도의 청산이 시급하다. 경찰악폐권력의 정점에 있는 김창룡의 해임으로부터 진정한 경찰개혁을 시작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