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이후 환율, 증시 등 금융시장불안정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천문학적 금액으로 늘어나고 있다. 위태로운 국내정치상황으로 해외거래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국가리스크가 더해졌다. 파생상품손실부터 자영업침체 등 전방위피해가 관측된다.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선포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대중들이 대신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주재원가족으로 현지생활 중인 김씨는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표하고 딱 1시간30분 만에 원·즈워티(폴란드통화) 환율이 2.5%나 튀었다며 원화로 월급을 받아서 현지통화로 바꿔 쓰고 있는데 전직원이 침통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지역엔 포스코와 LG에너지솔루션, LS전선 등 국내기업들이 진출해있다. 회사마다 월급지급방식이 다른데, <한국>돈으로 받아 즈워티로 바꿔 생활해야 하는 가족들은 환율상승분만큼 월급이 줄었다. 즈워티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도 매달 특정일의 원화가치를 기준으로 월급을 산정하는 구조라 어떤 경우든 손해가 발생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6일 종가기준 코스피지수는 2428.16으로 윤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가 있기 전인 3일 종가(2500.10) 대비 71.94p(2.87%) 하락했다. 3일 코스피시가총액 2046조2610억원에서 6일 1988조5100억원으로 떨어지며 3일새 약58조원이 증발했다.
국내가상자산시장도 큰 혼란을 겪었다. 그동안 1억3000만원선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계엄선포이후 1시간도 되지 않아 국내거래소에서만 8000만원대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계엄쇼크>로 가상자산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일부 거래소에서 이용자접속이 막히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폭락장에서 투자자가 무더기로 애플리케이션(앱)접속을 시도하자 거래소시스템이 마비돼 업비트와 빗썸 등의 앱접속이 1~2시간 지연됐다. 다행스럽게도 코인가격이 다시 오르고 시장이 안정화됐지만, 매도실패에 따른 투자자피해가 걷잡을수 없는 수준까지 커질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국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6원까지 치솟았다가 142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자재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변동성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대형항공사는 항공기의 절반을,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기 대부분을 임차해서 운영하기에 대규모 리스비가 발생한다. 여기에 매출원가의 30%가량을 연료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 비용을 모두 달러로 지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고정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수출위주의 산업은 환율이 오르면 매출이 증가하지만 원자재구입, 해외설비투자 비용 역시 늘어나 중장기적으로는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조원단위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배터리업체로서는 환율상승에 따라 투자비용지출이 급증할수 있다. 업종에 따라 달러로 원자재를 수입해 엔화와 위안화, 유로 등 다른 통화로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환율변동성에 더욱 심하게 노출된다.
한 금융권관계자는 수출중심인 우리기업들의 경우 환율이 적당히, 그리고 완만히 오르면 수출개선효과가 나타나지만, 현재 환율상황은 너무 급변동하고 예측불허의 방향성을 보인다며 우리 기업과 금융사들이 환위험관리에 많은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경우 외환을 사고파는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런 환리스크관리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국가리스크프리미엄이 붙어 해외파트너사와 가격협상에서 불리해졌고, 자금조달비용도 증가했다. 한 증권사관계자는 정국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외화채조달비용이 올라간다, 외화채발행기업들은 좀더 높은 비용으로 차환을 해야 하므로 현재 많은 기업이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짚었다. 또 환율이나 국내지수와 연동한 파생상품손실 우려도 커졌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도 예상치 못한 정치리스크에 고객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증권사PB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돼 우리 국채가 이제야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왔는데 여기에도 차질이 발생할수 있을 것 같다, 국가신용도하락 등 발생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는 팔았지만 밸류업에는 관심이 많았고, 코스닥도 이제야 좀 올라가는 분위기였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삶에 전가된 <계엄비용>은 체감상 더 크게 다가온다. 환율변동성에 연말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들의 부담이 커졌다. 내수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지갑은 더욱 굳게 닫혔다. 연말 성수기만 기다려 온 자영업자들에게도 비상계엄과 그 후폭풍은 치명타다. 한 자영업자는 계엄사태이후 단체예약이 다 빠져서 이 동네 자영업자들이 다들 너무 힘들어한다, 나라꼴이 이 모양이니 올해 장사는 망했다고 피력했다.
한편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노무현전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있었던 2004년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 감소했다. 2003년 2분기(-0.6%)이후 3개분기 만의 마이너스전환이었다. 박근혜의 비선실세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6년 4분기도 소비가 주춤했다. 2016년 4분기 민간소비증가율은 0.2%로 같은해 2분기(0.8%)와 3분기(0.4%)에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