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마이뉴스가 명태균게이트공익제보자 강혜경씨를 4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아래 내용은 총5편의 기사 중 명태균씨와 윤석열대통령부부의 관계를 담은 그 첫번째 기사다.
강씨는 명태균이 김건희와 나눴다고 말한 <상상도 못할 공적 대화>는 수소국책사업에 관한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한편 6일 강씨는 공익제보자에게 주는 <2024올해의호루라기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기사 <“명태균·김건희 ‘공적 대화’는 수소 국책사업, 실체 10이면 이제 5 나왔다”> 전문이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윤석열과 김건희다.”
강혜경. 그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한 건 쏟아지는 의혹과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정치인들의 변명이 끊임없이 국가의 ‘윗선’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한 이 한마디는 그가 평범한 시민의 자리에서 빠져나와 온 나라를 뒤흔드는 공익제보자가 된 이유였다.
그의 제보가 불러온 폭풍에 여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머리기사로 등장하고, 사라지고, 재등장한 지난 석 달이었다. 공천개입 등 각종 의혹은 대통령 부부를 넘어 대선주자급 인물(오세훈·홍준표 등)과 당 싱크탱크(여의도연구원)를 겨냥해 몸집을 불렸다.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강씨의 입에선 새로운 의혹이 튀어나왔다. “명태균 국책사업 개입”을 폭로하는 말이었다.
“명태균씨가 김 여사와 나눴다고 말한 ‘상상도 못할 공적 대화’는 수소 국책 사업에 관한 것이었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드니 박완수 경남지사와도 의견 조율이 되고 자료를 제공하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을 두고 강씨는 “실체적 진실이 총 10이라면 지금까지 드러난 건 5~6 정도”라고 단언했다. 강씨와의 4시간 인터뷰 중 명씨, 그리고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아래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강씨는 각 인물들에 대해 ‘씨’ 또는 직함을 붙여 말했으나 아래 일문일답에선 편의상 이름만 적었다.
“명태균이 건진법사가 3이면 자기는 5라고“
–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명태균과 함께 일을 해왔는데 어땠나.
“여론조사 일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여론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관공서에 납품하면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제 경력으로 쌓이기도 했다. 명태균은 인맥이 있었다. 머리도 좋았다. 이 사건이 불거지고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허풍도 떨었지만 (일하면서는 그런 점을) 솔직히 못 느꼈다. 과시욕은 있었지만 ‘이 사람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업무 추진력이나 영업 능력 등 배울 점도 있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었나.
“저는 보수적 성향을 지닌 채 살아왔다. 어렸을 때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지역(경남)도 보수 성향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명태균이)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얘기를 했을 때 저 나름대로는 뿌듯했다. ‘내가 한 여론조사가 보고·활용돼 대통령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선된 이후엔 특히 명태균도 ‘고생한 만큼 보람을 느끼도록 돈을 받아오겠다’고 했다.”
– 누구로부터 돈을 받아온다고 했나.
“김건희로부터. (명태균이) ‘여의도연구원처럼 정기적인 정치·사회조사 일을 받아오면 굶어 죽지 않는다. 걱정 말라’고 해서 그 일을 따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태균 지시로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지사·경북지사까지 만들었는데 일은 하나도 못했다.”
– 서울지사의 구체적 목표나 전략은 무엇이었나.
“계약은 서울에서 하더라도 일은 창원에서 하려고 했다. 서울에 지사가 있으면 법인번호도 ’02’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번호를 활용해 계약을 수주하고 일은 창원에서 하는 방식이다.”
– ‘여사로부터 돈을 받아오겠다’ 등 녹음파일이 공개되고 있는데 대통령 부부를 움직일 만큼 명태균에게 영향력이 있었나.
“아침마다 (대통령) 부부가 전화를 했다. 명태균은 스피커폰을 켜놓고 두 사람(윤석열·김건희)과 동시에 통화를 했다. 한창 대선 기간이었기 때문에 ‘경선 들어가기 전까지 거의 매일 통화를 했다’고 얘기했다. 김건희와 통화를 한 후에는 끊고 나서 ‘나 여사하고 통화했어’라고 말한 것을 보기도 했다. 명태균의 휴대폰은 자동 녹음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녹음을 누른다. 지금 황금폰으로 알려진 것에도 두 분(윤석열·김건희)와 통화했던 녹음파일이 있다. 김한정이 ‘(황금폰의) 녹음파일을 봤는데 1000개가 넘는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만큼 명태균을 두 사람(윤석열·김건희) 다 신뢰했다. 윤석열 당선 이후에는 윤핵관들이 명태균을 잘라냈다.”
– 그러한 영향력이 어디서 나왔다고 보나.
“여사(김건희)와의 친분이다. (명태균·김건희가) 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엄청 가까워졌다. 명태균은 ‘내가 뭘 하라고 하면 (여사가) 네 선생님이라 답하고 바로 한다’고 했다. 영적인 코드가 잘 통해서 명태균이 무슨 말을 하든 여사가 받아들였다는 거다. 명태균이 제게 ‘건진법사가 3이면 나는 5다. 내가 건진법사보다 위’라고 말했다. 김건희가 (명태균이 부탁한 것을) 얘기했을 때 윤석열이 참모들 이야길 듣고 안 따르기도 했다. 그러면 명태균이 다시 김건희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김건희는 다시 대통령에게 ‘왜 이거 안 하냐. 명 선생님이 지시했으면 빨리빨리 해야 하지 않냐’는 식으로 뭐라 했다더라.”
“명태균·김건희 대화, 체리따봉 엄청 많아“
– 공개된 음성파일을 보면 명태균이 김건희를 움직이고, 대통령 일정을 명태균이 미리 안 채 주식을 사라고도 한다. 이런 것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당선 후에도 명태균과 대통령 부부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윤석열의 창원 방문 일정의 경우 일반 사람이면)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나. 명태균 본인도 내게 ‘이 일정 알면 안 된다.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근데 명태균은 알고 있었다. 당시엔 ‘아 대단한데’란 생각도 했다. 외국 순방 중 김건희 일정이 바뀐 것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했다. 명태균이 ‘내 말 듣고 바꿨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김영선이 좀 해줘라’ 대통령 육성 녹음파일 외에 추가로 대통령 부부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김건희가 명태균에게 ‘오빠 전화 왔죠? 잘 될 거예요’라고 했고, 2022년 5월 9일 (명태균과 윤석열이) 통화했던 걸로 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녹음파일을 갖고 있는지 저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엄청 많다고 하더라.”
– 명태균이 정치인들을 데리고 대통령 부부 자택(아크로비스타)를 방문했다고 하는데.
“정말 자주 갔다. 편하게 드나들었다. 본인 말로는 함성득(경기대 교수, 아크로비스타 이웃)과도 엄청 친해서 같이 왔다 갔다 했다. 서울만 가면 들른다고 했다. (명태균 서울행) 비행기표를 대략 정리한 게 있는데 매우 많다.”
– 명태균이 이 사건 발생 후 초기에 (대통령 부부와의) ‘상상도 못할 공적 대화’를 이야기한 바 있다. ‘체리따봉(텔레그램 이모티콘)’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상상도 못할 공적 대화는 국정개입과 관련된 내용이다. 체리따봉의 경우, 명태균이 제게 텔레그램 캡쳐는 아니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보여준 적이 있다. (스크롤을) 너무 빨리 올려서 글자는 못 봤는데 체리따봉은 엄청 많았다. 명태균이 ‘여사가 나한테 체리따봉 보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 상상도 못할 공적 대화는 국책사업과 관련된 건가.
“그렇다.”
– 본인의 예측인가.
“아니다. 제가 잊어버리고 있다가 자료를 찾아보니 나왔다. 명태균이 개입했던 사안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저도 자료를 찾던 중 일부가 나왔고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 어떤 내용인가.
“수소 관련된 사업이다. 사업을 하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드니 지자체에서 이 사업을 반영하라는 제안이고, 박완수 경남지사와도 의견 조율이 되고 자료를 제공하는.”
– 자료는 어디를 통해서 나온 건가.
“그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저와 명태균의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명태균이 ‘내 메일에 들어가 보세요. 중요하니까 어디 바탕화면에 깔아놓지 말고’라고 한다.”
“게이트의 두 주인공, 윤석열과 김건희“
– 처음 관련 보도가 나온 9월부터 현재까지 명태균과 대통령 부부의 관계는 어떻다고 알고 있나.
“용산 쪽에서도 손절했다고 들었다. ‘아예 연락을 안 받는다’, ‘도움을 요청하려는데 안 먹히는 것 같다’는 이야길 들었다. 저는 (명태균의 변호인이었다가 사임한) 김소연 변호사를 몰랐다. 선임되고 나서 처음엔 ‘용산에서 힘썼다’, ‘여사가 풀었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그랬던 건 아닌 것 같다.”
–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 상황은 어땠나.
“김영선이 올해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으니, 명태균이 대통령 부부를 협박하겠다고 했다. 2월 26일 저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었다. 내용이 있어야 협박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명태균이) ‘내가 (김건희에게) 얼마나 모진 말 했는지 아나’라고 저한테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후론 여사와 연락이 잘 안 됐을 거다.”
– 공익제보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검찰 조사가 끝까지 이뤄져 명백하게 밝혔으면 좋겠다. 윤석열·김건희까지 다 조사해야 한다. 본인들 입으로 진술해서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흐지부지 끝나선 안 된다.”
– 현재까지 11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의 수사 방향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을 믿는다. 가면 갈수록 (수사 방향이) 위를 향하고 있다고 느낀다. 검찰은 제 진술에 대해 재차 확인해야 하므로 당사자들(윤석열·김건희)의 진술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저는 (검찰 조사 이전인) 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받을 때부터 윤석열, 김건희 이름을 거론했다. ‘여론조사를 했고 돈을 독촉했는데 못 받았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 수사가 대통령 부부로 향하지 못하게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다만 수사가 끝까지 진행될 거라 믿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 방법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절대 이준석 선에서 마무리되면 안 된다.”
– 이준석은 폭로하겠단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폭로했으면 좋겠다. 제가 처음 <뉴스토마토>와 소통하면서도 그들이 이준석 친하다길래 ‘자수하라’,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데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먼저 실토하면 그래도 국민들이 욕은 하지 않을 거다’라고 이야기했었다. 검찰에서 이준석을 조사하면 양심선언을 했으면 좋겠다.”
–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주인공은 윤석열·김건희다. 그리고 주인공을 만들어 놓은 명태균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딸려 있는 정치인들이 있다. 김영선 공천이 시작이다. 대통령 부부를 등에 업고 명태균이 ‘나 힘 세니까 따라 오라’는 식으로 공천 장사를 했다.”
–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10이라면 지금까지 드러난 건 얼마 정도라고 보나.
“5~6 정도다. 7~8까지는 안 갔다. 저도 제가 가진 자료를 하나하나 찾고 있는데 ‘이런 것도 있었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온다.”
– 그동안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의 관계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그분들은 모른다. 모르면 해명을 안 하거나 직접 대통령 부부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해명만 하니 오히려 해명하지 않은 것보다 더 안 좋게 보이고 있다. 차라리 그냥 가만히 좀 있지.”
– 이 사건에 연루된 일부는 (강혜경의 공익제보에 대해) 법적 대응도 이야기했는데.
“법적 대응 하라. 예고만 하지 말고. (하면) 오히려 저는 편하다.”
– 공익제보 뒤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면.
“만약 제가 제보를 안 했다면 나라가 엉망인 이 사태가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 밝혀졌으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속았다고 생각했겠나. 저도 숨긴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은 질타를 받지 않겠나.”
– 신변에 대한 우려는 없나.
“최근 오세훈·홍준표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두 사람 지지층으로부터 해코지를 당할까봐 조금 염려는 든다. 그래도 이젠 오히려 얼굴이 알려져 있으니 함부로 하진 못할 것이다. 저를 비판하더라도 한 번 더 정확하게 알아보고 비판해달라.”